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은 단일한 출원 절차로 다수 국가에서 특허 보호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 한국 출원인이 글로벌 IP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경로입니다. 통상 한국 특허출원을 우선권 기초로 1년 이내에 PCT 출원을 진행한 후, 우선일로부터 30~31개월 내에 보호받고자 하는 각국에 국내단계 진입(National Phase Entry)을 진행하는 흐름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PCT 출원 자체는 권리 등록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보호받고자 하는 각 국가의 국내단계 진입 절차를 정해진 기한 내에 완료해야 권리가 발생하며, 단 하루라도 기한을 놓치면 해당 국가에서의 특허 권리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특히 다국가 진입을 동시에 진행할 때 기한·번역·수수료 관리가 충돌하면서 실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출원인이 PCT 국내단계 진입 시 자주 놓치는 3가지 함정을 정리합니다.
1. 진입 기한 — 국가별 30개월·31개월 차이
PCT 국내단계 진입 기한은 우선일(Priority Date)로부터 30개월 또는 31개월입니다. 한국 특허출원을 우선권 기초로 PCT 출원을 진행한 경우, 우선일은 통상 한국 출원일과 일치합니다. 진입을 검토하는 주요 시장의 기한은 다음과 같이 상이합니다.
• 30개월 적용 국가: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싱가포르 등
• 31개월 적용 국가: 대한민국, 유럽특허청(EPO), 영국, 캐나다 등
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국가를 동일 일정으로 관리하면 30개월 국가에서 1개월 일찍 마감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선권 주장일을 기준으로 국가별 데드라인을 별도로 정리하고, 통상 30일 이상의 버퍼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한 도과 시 일부 국가는 회복 청구가 가능하나, 회복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고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2. 번역문 제출 — 한국어 명세서의 외국어 변환
한국어로 PCT 출원을 진행한 경우, 비한국어권 국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청구항 및 명세서 전문의 자국어 번역문 제출이 필수입니다. 번역은 국내단계 진입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며, 번역 품질이 청구범위 해석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가장 신중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 미국, 영국, 호주: 영어 번역문 제출.
• EPO: 영어·독일어·프랑스어 중 절차어로 선택. 한국 출원인은 통상 영어로 진입.
• 일본: 일본어 번역문 제출 필요. 국내단계 진입 시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나, 일정 기간 내 추후 제출도 가능함.
• 중국: 중국어 번역문 제출 필요. 국내단계 진입 시 제출하지 못한 경우 일정 기간 내 보완 제출이 가능하나, 번역문 오류에 대한 보정 제한이 엄격하므로 진입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함.
특히 바이오·화학 분야는 화학식, 서열번호, 파라미터 표현의 일관성이 청구항 해석에 결정적이므로, 단순 외주 번역보다 해당 분야 기술 이해도가 있는 변리사가 감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어 명세서의 미묘한 표현 차이가 영문 청구항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보호 범위가 의도치 않게 좁아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서열목록(Sequence Listing) 형식도 진입 단계에서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바이오 분야 출원은 WIPO Standard ST.26 형식 서열목록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한국 출원 단계에서 작성한 서열목록의 형식 오류는 진입 후 보정 명령으로 이어져 일정 지연의 원인이 됩니다.
3. 국내수수료 납부와 심사청구 시점
국내단계 진입은 진입 신청만으로 완료되지 않습니다. 출원 수수료, 청구항 가산료, 번역료 등의 납부와 함께 심사청구 시점을 별도로 결정해야 합니다. 심사청구는 국가별 절차와 기한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입니다.
• 대한민국: 출원일(국제출원일)로부터 3년 이내 심사청구. 우선심사 신청 시 평균 심사 기간 단축 가능.
• 미국: 진입 시 자동으로 심사 절차 진행. 별도 심사청구 절차 없음.
• EPO: 보충 유럽 조사보고서 공개일로부터 6개월 내 심사청구. 미청구 시 출원 취하 간주.
• 일본: 출원일로부터 3년 이내 심사청구.
• 중국: 출원일로부터 3년 이내 실질심사 청구. 별도 수수료 납부 필요.
심사청구를 늦추면 권리 확정이 지연되고 경쟁사의 특허 회피 시간이 늘어납니다. 반면 너무 빠른 심사청구는 임상 데이터 보강이나 청구항 보강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사업화 일정과 연계한 시점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청구항 보정 여부도 진입 단계에서 함께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국제조사보고서(ISR)와 국제예비심사보고서(IPRP)에서 지적된 사항을 반영하여 청구항을 보정한 후 진입할 수 있으며, 진입 후 각국 절차에 따라 보정 기회가 추가로 부여됩니다. 특히 EPO 진입 시에는 보충 유럽 조사 단계의 거절 이유에 대비해 청구항 세트를 사전에 정리해두면 이후 절차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PCT 국내단계 진입은 글로벌 특허 포트폴리오 완성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한국어 PCT 출원을 기반으로 다국가 진입을 진행할 때, 기한·번역·심사청구 세 가지 변수를 국가별로 분리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을 때 비로소 안정적인 글로벌 권리화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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